“여러분 어깨 펴세요. 지상렬도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아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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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3 14:17
- “여러분 어깨 펴세요. 지상렬도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올해로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큐 사인을 받은 지 7년이 됐다. 내가 MBC라디오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돈 한푼 없이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혼자 떨궈진 기분이었다. 처음 95.9 ㎒로 ‘지상렬’ 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사람들 반응은 두 가지였다. 주파수를 돌리거나, 욕을 하거나.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상렬이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일 만큼 호감형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낯설고 어색함에서 벗어나, ‘지상렬 노사연의 두 시 만세’ 라는 타이틀에 이름값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 바로 내 짝꿍, ‘꽃사슴’ 노사연씨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노사연씨 역시 다음 진행자가 지상렬이라는 말을 듣고 심각하게 라디오를 그만 둬야 하나 생각했었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이미지다.
곧 MBC라디오 10년차, 브론즈 마우스 본을 뜨게 되는 노사연씨는 파트너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내공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그녀의 파워풀한 웃음소리. 일주일 내내 붙어 앉아서 하루 두 시간씩 이야기를 끌어내려면 보통 호흡으로는 불가능 한 것이 라디오다.
남편 이무송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한다고 해서 ‘지무송’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준 노사연씨는 내 한마디 한마디에 늘 시원한 웃음으로 힘을 실어준다. 늘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항상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 주는 천군만마와 같은 노사연씨가 옆에 있었기에 라디오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노사연씨는, 라디오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정이 많은 동네인지를 알려 주었다. 내가 느낀 라디오는 어떤 매체보다 사람 냄새 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고민이 있고, 작은 일에 즐거워할 줄 아는 소박한 옆집 누님, 형님 같은 분들이다. 삶에 찌들어 웃을 일이 없고,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찾는 것이 바로 ‘라디오’ 인 것이다.
요즘 우리 청취자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경기가 안 좋다’ 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호감 이었던 지상렬을 찾아 라디오를 켰을 그 분들께 조금이나마 ‘사는 재미’를 드려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그것이 내가 ‘지상렬 노사연의 2시 만세’에서 사랑 받고 있는 데 대한 보답이 아닐까. 끝으로 지상렬을 알고 계시는, 힘든 시기를 살고 있는 분들께 한 말씀 올리면서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여러분, 어깨 펴십쇼!! 지상렬도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어깨 펴십쇼!! 지상렬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