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기초노령연금 인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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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기초노령연금 인상 논란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title_author_arrow_up.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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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1.29 22:35
icon_img_caption.jpg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얼마 전 독거노인들이 모여 사는 경남 의령의 '노인 공동 거주의 집'을 찾았다. "자식들이 한 달에 얼마나 보내주세요?" 83세 할머니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자식들도 모두 퇴직해서 손자들에게 얹혀사는데 내게 어떻게 돈을 보내줘. 손자들에게 손 벌릴 수도 없고…." 다른 80대 할머니는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했다. "자식이 넷 있는데, 공부를 못 시켜서 다들 못살아. 막내가 그나마 공무원인데, 막내가 돈 번다고 기초생활수급자도 안 돼." 이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은 생명줄이었다.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하위 소득 70%에 현금을 주는 제도다. 지급액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의 5%(9만4000원)이다. 그런데 지난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여야가 기초노령연금을 평균 소득의 6%(11만6000여원)로 올리기로 하자 복지부가 "법을 어겼다"고 주장한 것이다. 기초노령연금법 부칙에는 '2028년까지 소득의 5%에서 1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되 지급액 등은 국회 특위에서 조정한다'고 돼 있다. 국회에서 특위를 만들지 않고 인상을 시도해 위법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2028년까지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올리려면 시행 5년차인 내년에 6%로 올려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법 절차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정부가 빌미를 찾은 셈이다.

사실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이 돈 먹는 하마가 될 복지제도라고 우려한다. 노인 인구는 올해 580만명에서 2015년 660만명, 2020년에 808만명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는 물론 지급 액수도 매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 가난에 찌든 노인들의 자살률도 최고다. 그런데 노인들이 빈곤층으로 인정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노인 16명 중 1명꼴인 38만명밖에 안 된다. '부양 의무자' 조항 때문이다. 자녀가 돈을 주든 안 주든 돈 있는 자녀만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정부는 탈락자들에게 정부를 원망하지 말고 부모를 돌보지 않는 자식을 탓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40·50대 자식들은 자녀 학비 대기도 헉헉거려 부모님께 생활비를 제대로 보태줄 형편이 되지 못한다. 거동이 불편해 모시기 힘든 부모님은 노인요양시설로 보낸다. 이미 전통적인 의미의 '효(孝)' 의식도 사라진 지 오래다.

국회가 노인을 위한다면 특위부터 만들어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재정이 문제라면 연령별로 대상자 비율을 따로 정하면 된다. 현재 80대 노인의 80%가 받고, 70대는 70%, 60대는 57%가 받고 있다. 이미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뺏을 순 없다. 우선 내년에 65세가 되는 이들만이라도 대상자를 50%로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국회의 무차별적인 예산 증액을 거부해 정부 곳간을 지켰다고 자랑하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복지예산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정도의 저(低)복지 국가로 만든 책임의식부터 먼저 느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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