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클래스] 자동차 알루미늄 휠로 세계를 제패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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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클래스] 자동차 알루미늄 휠로 세계를 제패한 여자

  • 김명신 KOTRA 상하이 KBC(코리아비즈니스센터) 차장
     
입력 : 2011.07.21 17:26 / 수정 : 2011.07.23 15:22

천아이롄(陳愛蓮)
완펑아오터지주그룹 이사장

전 세계 수출 1위 품목이 1200여 개나 될 정도로 중국에는 전 세계 공급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제품이 많다. 타이어 휠도 그중 하나다. 항저우에서 자동차로 2시간 더 들어가면 나타나는 신창(新昌). 풍광이 아름답고 13m가 넘는 신창대불이 있어 영험한 기를 받고자 하는 관광객이 자주 찾는 이곳에 중국 최대의 자동차 알루미늄 휠 생산기업인 완펑아오터(萬豊奧特)지주그룹이 있다. 이 회사는 벤츠・BMW・GM・포드・도요타 등 글로벌 럭셔리 카 브랜드에 자동차 휠을 납품해왔고, 이제는 자동차 휠뿐만 아니라 엔진과 자동차관련 설비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는 완펑아오터가 연일 중국 매스컴을 달궜다.
상하이엑스포 중국 민영기업관에 참가한 16개 사 중 비(非)소비재 기업은 완펑아오터가 유일했기 때문. 비소비재 기업 대부분은 매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엑스포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완펑아오터의 생각은 달랐다. 세계적으로 조명받는 국제행사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민영기업으로 자사를 각인시키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부품 생산업체로는 유일하게 엑스포 참가를 결정했다. 상하이엑스포에 참가한 전 세계 기업 중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으로서도 완펑아오터가 유일했다. 예상대로 완펑아오터에 세계 각국 매스컴의 플래시가 집중됐다. 완펑아오터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이유가 또 있다. 이 회사를 일군 주역 천아이롄(陳愛蓮)이 여성기업인이라는 것이다.

완펑아오터 본사 건물은 자동차 부품회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멋스럽고 화려했다. 예상하지 못한 외관 때문에 간판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정도였다. 사무실 내부도 쾌적하고 고급스러웠다. 환경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급여도 동종업계에서 단연 높다. 천 이사장은 기업의 핵심경쟁력을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에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편안한 근무환경과 성과에 부합하는 보상에 신경을 많이 쓴다. 완펑아오터는 1998년부터 우수 직원에게 벤츠・BMW 등 럭셔리 카를 인센티브로 수여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작년에도 인센티브로 100대의 BMW를 나눠주었다. 철저히 능력과 실적 위주로 수상직원을 선정하기 때문에 인센티브 수혜자 중에는 젊은 직원이 많다.

천아이롄 이사장. 그의 어릴 적 꿈은 자동차 운전기사였다. “어릴 적 오빠가 부대트럭을 몰고 고향에 오면 마을 사람들이 트럭을 구경하느라 구름처럼 몰려들었죠. 그때 오빠가 얼마나 위대해 보이던지… 그날 받은 강렬한 인상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는 어릴 적 꿈을 이뤄서 1977년, 그의 고향 신창현 최초의 여자 운전기사가 되었다. 이후 민영기업의 공장장・사장을 거치면서 완펑아오터를 창업하는 기틀을 닦았다.

1993년 그가 알루미늄 합금관 공장의 공장장이 된 해에는 예상을 몇 배나 뛰어넘는 400만 위안이라는 수익을 거두었다. 그는 이 일로 능력을 인정받아 신창 일대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창업 이후에도 그의 비즈니스 신화는 계속됐다. 완펑아오터는 매년 35% 이상 높은 성장을 거듭, 1999년부터 12개 기업을 인수하며 기업 경쟁력을 높여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1994년 오래된 공장을 빌려 오토바이 휠을 만들 때만 해도 완펑아오터가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완펑아오터가 있는 신창이 바로 제 고향이에요. 여기에서 나고 자랐죠. 신창이 속해 있는 저장성은 전체 기업의 90%가 민영기업일 정도로 중국 민영기업의 요람이에요. 저도 여러 민영기업을 거쳤어요. 그중에는 알루미늄을 취급하는 회사도 있었는데, 이때 알루미늄 합금 분야를 알게 됐죠. 완펑아오터를 설립할 당시 오토바이 휠이 서서히 철에서 알루미늄으로 교체 중이어서 시장이 무척 컸죠.”

설립 초기 완펑아오터는 주로 오토바이 휠을 생산하다가 창립 4년 후 자동차 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합금 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알루미늄 자체는 친숙했지만 알루미늄 휠을 만들어본 경험은 전무했다.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창업 초기 그는 ‘나라이주의(拿來主義)’를 택했다. 나라이주의란, 생소한 외부 문화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중국인 특유의 기질을 가리킨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연봉인 25만 위안의 조건으로 알루미늄 휠 주조기술자들을 초빙했다. 이들은 중국 알루미늄 합금 타이어 휠 관련 표준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의 연봉을 모두 합치면 완펑아오터 초기 창업자금의 두 배나 됐다. 인건비가 부담스러웠지만 천 이사장은 ‘현재의 올바른 판단이 미래의 성과를 결정한다.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정도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전문가를 수혈한 지 3개월 만에 유럽 수준의 알루미늄 합금 타이어 휠을 개발했다.

창업 당시 완펑아오터는 국유기업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이 때문에 국유기업들이 완펑아오터에 기술을 전수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민영기업이 국유기업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런 ‘나라이주의’ 전략으로 기술력을 갖추고 주조설비를 자체 개발하면서 완펑아오터는 점차 중국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상하이푸동의 얼소우(二守)합금유한공사를 인수하고 웨이하이・충칭・닝보・상하이와 해외에도 법인을 설립하는 등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나갔다.

2000년부터는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천 이사장은 1990년대 말 일본과 한국을 수시로 드나들며
장비와 관리 시스템을 가다듬었다.

‘큰 것보다 강하고 정확하고 오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강하고 정확하고 오래가기 위해 그는 ‘우리라는 집단의 힘’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개인의 능력은 한계가 있지만 집단의 힘은 무한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완펑아오터는 100명의 전문가, 300명의 직무전문 인재, 500명의 우수근로자를 육성하는 ‘135인재육성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인재육성을 위해 매년 500만 위안을 투자해왔다. 앞으로는 1000만 위안으로 예산을 늘릴 계획이다. 강한 조직력을 갖추기 위해 완펑아오터는 차세대 유망 간부직원들에게 ‘야생마 훈련’을 받도록 하고 있다. 기업문화 함양교육과 더불어 50km 행군 등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며 강한 정신력을 기르는 군사훈련을 한 달 정도 받고 나면 그야말로 오르지 못하고 넘지 못할 산이 없고, 무쇠도 먹을 만큼 강한 정신력을 갖추게 된다.

신창까지 내려가는 짧지 않은 여정 때문에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천 이사장과의 만남은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느낌이 들 만큼 밝고 유쾌했다. 천 이사장은 다시 한 번 꼭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원래 제 성격이 밝아요. 사업을 하다 보면 어려움은 항상 있죠.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절망한 적은 없어요. 항상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다 잘될 것이라고 믿죠.”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 자신을 믿는 긍정의 힘. 그를 둘러싼 이 신선한 에너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힘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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