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 만난 사람] 교육기업으로 年매출 1조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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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교육기업으로 年매출 1조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장사의 핵심은 사람…믿음이 싹터야 제품을 팔죠"
100번 찾아가…물이 100도돼야 끓어오르듯 끈기있게 영업
최고만 판다…제품이 곧 판매자 인격…B급으론 안통해
기사입력 2011.03.18 17:01:11 | 최종수정 2011.03.20 19:21:3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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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자 서열 8위. 개인재산만 1조1384억원(2009년 기준). 비상장 계열사만으로 연매출 1조원을 올리는 그룹 회장.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을 만났다. 맨손으로 시작해 피땀으로 일군 재산이 이 정도인데 그는 전혀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다. 그저 소탈했다. 털털한 인상에 담백한 말투. `영업의 달인`이라더니 다변(多辯)도 아니었다. 대신 아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쓰는 듯했다. 본인의 말을 줄이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영업 30년`의 내공이 느껴졌다. 시작이 영업이었고, 지금도 현장에 무게중심이 가 있는 사람. 가난해서 뭔가 팔아 돈을 벌어야겠기에 배추 장사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학습지를 선택했고 숨가쁜 퀀텀점프(quantum jump)를 거듭해 지금 자리에 와 있다.

그의 머릿속엔 아직도 현장이 있고 영업이 있다. 최근 그가 꾸준히 애정을 갖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1억원 클럽`이란 것이다. 전국 빨간펜영업 지국 1000여 곳에서 한 번에 25개 지국장을 모아 회장이 몸소 영업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벌써 30기째를 운영하고 있으니 지국장 총 750명가량이 영업을 그에게 한 수 배운 셈이다. 2년 반을 매주 빠짐없이 운영했다.

"마치 마법 같아요. 월평균 3000만원 매출을 올리던 지국장이 `1억원 클럽`을 듣고 나서 다음달에 1억원 매출로 껑충 뛰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어요. 회장님이 직원들에게 `기(氣)`를 불어넣어 주시는 것 같아요."

한 직원의 말이다. 물론 약간 과장은 됐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곳을 수료하면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실제 `기`의 덕택인지는 몰라도 자신감이 넘치는 영업을 하는 것이다. 직원들에 따르면 회장이 가르쳐주는 지식보다는 그 태도나 격려에 힘을 더 얻는다고 한다.

장 회장은 실제 전설적인 영업의 거두다. 30대 초반 한 학습지업체 입사 4개월 만에 `판매왕`에 오른 후부터 창업 후까지 이 분야에선 항상 최고였다. 말로만 듣던 이런 인물에게서 직접 독려를 받는다면 영업직원들의 몸에서 엔도르핀이 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 영업의 거두가 바로 자기 회사 회장이니 말이다. 교원그룹은 최근 들어 외부에서 인재를 많이 채용했다. 소비자금융, 실버산업, 호텔산업 등으로 도약하기 위해 스카우트했다. 특히 `젊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30ㆍ40대 젊은 본부장급 임원들을 수혈했다. 스카우트도 영업에서 시작한다.

"누가 오든지 교원에서 새로 일하게 되면 무조건 영업을 시킵니다. 교원의 핵심역량을 파악하고 회사의 토대와 기업문화를 알게 되는 가장 빠른 교육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도전적인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때까지 영업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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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에서 그의 100도론은 유명하다.

"신입사원 시절 99번을 찾아가도 거절하던 곳이 100번째 가니까 사주더라고요. 99번 찾아가서 포기했다면 그 99번은 모두 버리는거죠. 증기기관차가 가는 것도 마찬가지잖아요. 섭씨 99도에서 100도를 넘어서야 움직이지요. 목표를 세우고 끈기를 갖고 끝까지 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입니다."

이처럼 현장 영업에 이골이 난 그여서 현장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방문판매는 판매하는 사람의 인격을 얹어서 팔 수 있을 만큼 제품이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판매하는 제품이 B급이면 판매사원의 인격도 B급이 된다는 것이다.

교원이 연구개발에 사람과 돈을 많이 투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겐 영업 못지않게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교원 제품 마니아들이 많아요. 무조건 사 주는 분들이죠. 우리 영업사원과 제품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솔루토이 위인전집`을 발간했을 때다. 30만원짜리 전집이 하루 만에 90억원어치 팔렸다고 한다.

"제품이 나온다는 선전을 보고 기다렸다가 사간 고객들이 3만명이라는 말이 됩니다. 우린 한우물만 파서 믿어주는 분들이 많아요. 정말 너무 고맙더라고요. 지금 교원그룹의 출판교육 분야 매출이 1조원입니다. 이 부문에서만 1조원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지요."

이미 교원은 학교 진도식 학습지 `빨간펜`, 학력 수준에 맞춘 프로그램식 학습지 `구몬학습`, 아동전집 `교원 올스토리`, 초ㆍ중등 과학잡지 `과학소년` 등 교육산업 내 1위 브랜드를 4개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장 회장의 발걸음은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아나 중등시장으로 타깃을 넓혀 궁극적으로는 입시나 성인교육 시장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래서 2009년 4월에 중등 온라인 학습사이트 `교원 하이퍼센트`를 인수했어요. 또 지난해 말에는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 `꼬잉꼬잉 이솝극장`을 출시해 e북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반을 이용해서 사업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혀갈 계획입니다."

실제 그는 2010년 매출 1조원(1조910억원)을 돌파했을 때도 직원들에게 축배 대신 변화를 강조했다.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장 회장의 말이 다각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를 잘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저희는 잘하는 것만 할 겁니다. 재벌그룹 스타일은 좋지 않다고 봐요. 그래서 일단 교육콘텐츠사업과 방문판매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 중에서 신중하게 고르고 있습니다."

문어발식 확장은 아니라고 손사래치지만 교원이 인수ㆍ합병(M&A) 등을 하는 데 공격적으로 변한 것도 사실이다. 2011년 매출 목표는 1조3000억원. 2008년에는 2015년 매출 3조원을 목표로 하는 `비전2015`를 선포했다. 계열사를 늘리고 적극적인 M&A에 나서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현금이 많이 쌓여 있는 기업으로서 익숙한 사업에 대한 M&A는 차세대 전략으로 너무도 당연한 답변이기도 하다.

"방문판매나 인적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는 점을 살려 보험산업, 실버산업, 상조업 등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상조전문회사 `교원라이프`를 설립해 장례전문 브랜드 `물망초`를 론칭했지요. 실버산업도 교원의 핵심역량인 인적 판매 및 서비스 조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대일 맞춤 케어(Care) 서비스 형태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비전2015의 목표를 이루려면 계열사가 현재의 2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교원L&C(Living&Care)는 정수기, 비데 등 생활가전과 뷰티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건강식품 브랜드 `교원건강엔`도 시작했다. 호텔, 레저 등도 기존 경쟁력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다.

"청평에 방 16개짜리 국내 최고 수준의 영빈관을 설계 중이에요. 일본의 6성급 호텔인 페닌슐라 호텔을 설계한 건축가가 설계했고 주변 1800평을 활용해 자연 친화적인 리조트를 만들 겁니다. 유명한 재벌그룹의 영빈관만큼으로 잘 만들어서 퀄리티 높은 교원그룹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국내의 명소로 키울 계획입니다."

이미 전국에 5곳의 연수원, 호텔 등 숙박업소를 보유한 교원으로선 한 번 꿈꿔 볼 만한 일이다. 교원은 전국 각지에 5성호텔급 연수원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연수원 시설을 이용해본 직원들은 교원의 최고 상품으로 주저없이 `연수원`을 꼽는다. 장 회장은 "그룹 규모에 걸맞지 않게 일개 연수원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는 시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에 4개 연수원을 짓고 호텔을 포함한 5개 휴양시설까지 확보했다. 이들 시설은 3만여 명에 달하는 교원 영업조직을 재교육하고 조직원들의 로열티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공격적인 생각들을 갖게 되면서 장 회장 주변이 달라졌다. 창업 공신인 이정자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0ㆍ40대 젊은 임원들이 포진해 있다. 장 회장은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말인 `장사는 이문이 아닌 사람을 남기는 것`을 자주 인용한다. `공격을 하려면 젊은 사람들이 리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해외 진출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세계 주요 도서전을 통해 아동도서 50여 종을 수출해 왔고 최근엔 저작권 판매를 통해 `솔루토이 위인` `뮤지컬 스토리즈` 등을 중동지역에 수출했다. `꼬잉꼬잉 이솝극장과 철학동화`는 애니메니션으로 제작돼 국내는 물론 영국 스페인 대만 일본 등 40여 국가의 주요 방송국과 연이어 방영권 및 배급계약을 맺고 있다.



■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

바둑광·낚시광…이번엔 실버산업 몰입

순진한 사람일수록 한 번 독기를 품으면 무서워지는 법이다. 장평순 회장이 딱 이런 유형이다. 무던하고 순박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이른바 `필(feel)`이 꽃힌 몇 가지에 대해선 엄청난 악바리다.

바둑을 보면 성품을 안다고 한다. 그는 싸움바둑을 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 1급이 될 때까지 미친듯이 바둑을 둬서 실전바둑을 배웠다. 체계 없이 혼자 야전에서 배운 셈이다. 주변에서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아마 5단인 윤석금 웅진 회장 정도가 맞상대로 가끔 대국하곤 했다.

"집짓기 바둑보다는 대마를 갖고 승부하는 걸 좋아하지요. 승패가 확실해서 불계승이나 불계패하는 때도 많습니다."

낚시에 입문했을 때는 `낚시광`인 사람을 물색해서 운전기사로 삼고, 숙식이 가능한 밴을 구입해 전국 낚시터를 빠짐없이 돌기도 했다.

술도 한때는 많이 먹었다. 그는 "젊은 시절 직원들 격려할 때는 소주 8병까지도 먹었는데 요즘은 많이 못 먹는다"고 했다. 공식 주량은 소주 1병이다.

뭐든지 빠지면 끝을 보는 그의 성격이 영업도 악바리처럼 하게 한 것 같다.

그는 화려하고 공격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 그렇지만 일단 결정을 하면 아주 빨리 뛰어서 건너버리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지금까지 수년간 새로운 변화를 꺼렸던 교원그룹이 최근 변화에 올인하고 있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그에게 물었다. `오늘날 교원그룹을 이루기까지 인생에 터닝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는 잠시 주저함도 없이 "영업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충남 당진의 가난에 찌든 집안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그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젊은 시절. 행정고시에 꼭 붙고 싶었으나 시간도 운도 허락하지 않아 시작한 배추 장사. 그리고 영업에 눈 떠 학습지업체에 들어가자마자 4개월 만에 판매왕이 됐다. 그때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을 터였다.

교원그룹 역사와 장 회장 인생엔 항상 `사람`이란 큰 줄기가 흐른다. 방문판매는 직원이 직접 찾아가 고객을 대면(face to face)하는, 가장 `사람 집약적`인 사업이다. 지금까지 사람을 동원해서 사람에게 직접 파는 사업만 해 왔다.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 사이에 싹튼 믿음이, 그 믿음이 우리 제품을 팔지요. 우리는 사람이 중심이 돼 이뤄지는 사업에선 그것이 무엇이든 반드시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교원그룹은 보험, 호텔, 실버산업 등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는 분야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 가장 교원그룹 회장다운 말이었다.

■ He is…

△1968년 인천고 졸 △1978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 △1985년 (주)교원 설립 △1999년 국무총리 표창 △2004년 대통령 표창 △2007년 옥관 문화훈장 수훈 △현 교원구몬, 교원 L&C, 교원여행 대표이사

[김선걸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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